여자 할례와 의료 인류학

    

유대인들은 남자 아이가 태어나면 8일 만에 할례식을 행한다. 할례는 남자 성기의 양피를 자르는 것으로 흔히 말하는 포경 수술이다.

유대인들은 할례를 받음으로써 비로소 유대인의 혈족에 들어 간다고 여기며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것으로 믿는다. 그러므로 할례는 유대인에게 지극히 중요한 일이다. 또한 할례는 비단 유대인들 사이에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와 중동 지방에서도 흔히 행해지고 있는 오래된 풍습이다. 그러나 이 할례의 풍습이 남자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아프리카 케냐의 텐웩 병원에서 처음으로 할례를 받은 여자를 진찰하게 되었을 때 참으로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여자 할례는 여성의 음부의 음핵(크리토리스)을 잘라 내는 풍습이다. 이로 인해서 생기는 부작용이 많기 때문에 지금은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으나 아직도 아프리카와 중동 지방의 34개나 되는 많은 나라에서 비밀리에 행해지고 있다고 한다.

1984년 맥펄스(Mcfalls)의 조사에 의하면 이집트와 수단에서는 지금도 7085%의 여자들이 할례를 받고 있다고 한다. 여자 할례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어 행해지고 있는데, 그 하나는 음핵만 잘라 내는 것이고 다른 또 하나는 음핵을 잘라 내고 질강을 소변과 월경이 나올 만큼만 남기고는 꿰매 버리는 것이다.

여자 할례가 왜 행해지고 있는가에 관해서는 구구한 이론이 있다. 할례를 받은 여자는 남자의 성욕을 돋우어 주는 반면에 음핵을 잘라 버린 여자들은 성욕이 낮아져서 바람 나는 일이 적다는 이유를 들고 있기도 하지만 실제로 얼마나 타당성이 있는 이론인지 의심이 간다. 이유야 어떠하든지 할례를 받은 여자들이 결혼하기가 쉬운 것은 많은 남자들이 할례 받은 여자를 더 잘 선택하기 때문이다.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이유는 할례를 받음으로써 완전한 여인으로 탈바꿈한다는 생각이다. 마치 할례 받은 남자가 유대인 혈족에 들고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것처럼 여자들도 할례를 받아야 성숙한 여인이 된다는 관념이다. 그러므로 여자 할례를 곳에 따라서는 성인식(Initiation)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또한 할례를 받으면 임신이 잘 된다는 설도 있는데 의학적으로 전혀 근거가 없는 허무맹랑한 이야기이다.


 

대개의 경우 할례는 511세 되는 여자 아이들에게 행하는데 보통은 칼을 사용하지만 때로는 예리한 돌을 써서 음핵을 잘라 내기도 한다. 출혈이 심할 경우 케냐의 마사이 사람들은 소똥을 발라 출혈을 막는다. 이러한 원시적인 방법은 음부와 자궁과 난소에 염증을 일으켜 오히려 불임증을 초래하기도 한다. 음부에 상처가 심해 흠집이 생기면 아기를 분만할 때 난산을 당하게도 된다. 그러나 이러한 의학적인 위험에도 불구하고 여자 할례는 세계 곳곳에서 암암리에 행해지고 있는 것이다.

 

인종과 지역에 따라서 건강과 질병에 대한 이해가 다르고 이에 따른 치료 방법도 차이가 있다. 세계 곳곳마다 특유한 건강 유지법과 치료 방법들이 있는데 어떤 것은 곧 이해가 가지만 어떤 것은 도무지 받아들이기가 힘든 것도 많다.

여자 할례도 의학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건강에 해로운 풍습이다. 그러나 이들에게 건강에 해로우니까 여자 할례를 하지 말라고 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은 그들만이 가지고 있는 오랜 관념과 믿음 때문이다. 이 관념이 바뀌기 전에는 풍습을 고치기가 여간 힘이 드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문화의 차이에 따라 생기는 여러 가지 건강과 치료에 관한 풍습을 연구하는 분야가 발전하고 있는데, 그것이 곧 의료 인류학이다. 인류학이라고 하면 언뜻 고고학을 연상하게 되고 인간의 생김새가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지, 또는 문화가 어떻게 발달되어 왔는지 등을 연구하는 학문으로 생각하는데 실은 그보다 더 광범위한 연구가 이에 포함된다. 인류학은 크게 다음의 5가지로 분류된다.

 

* 육체 인류학

* 고고학

* 언어학

* 문화 인류학

* 의료 인류학

 

이 가운데 의료 인류학은 아주 최근에 발달된 학문으로 의료 인류학의 시발인 의료 인류 학회가 생긴 것이 1970년대 초반의 일이다. 그러나 현재는 미국의 인류 학회 가운데에서도 가장 회원수가 많은 막강한 힘을 가진 학회로 발전했고 앞으로도 계속적인 관심 가운데 발전을 거듭할 전망이다.

 

 

펜실베니아 대학만 하여도 의료 인류학과가 따로 있고 그 활동 또한 활발하다. 의료 인류학이 인류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바는 무궁무진하다. 특히 외국에 나가 전도 활동을 해야 하는 선교사들에게는 꼭 한번쯤 생각해 보고 짚고 넘어가야 할 중요한 과제인 것이다.

기독교 선교 계통에서 인류학을 전공한 학자들이 많은데, 대표적인 사람으로 폴 히베르트(Paul Hiebert), 찰스 크래프트(Charles Kraft), 알란 티페트(Alan Tippett) 박사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의료 인류학을 연구하는 사람은 아직 기독교 계통에서 아무도 나오지 않고 있다. 앞으로 선교학적인 면에서 이 방면의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들고 가는 선교사로서, 또한 병든 사람을 치료해 주려는 의료 선교사로서, 여자 할례 등 그 지방 고유의 풍습을 어떻게 보고 그것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문제이다.

만약 어떤 풍습이 생활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심각한 병폐만 초래한다면 그것을 고쳐 주려고 노력해야 할 것인지, 아니면 그대로 못 본 채 묵과할 것인지 마음에 결정을 내려야 한다.

 

여자 할례는 위험하고 건강에 해로운 풍습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이러한 풍습을 보고 강자가 약자를 대하는 태도나 혹은 선생이 학생을 나무라는 듯한 무례한 태도로 반응을 나타내서는안 될 것이다.

우선 이러한 풍습이 나온 역사적인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그 다음에는 여기에 숨어 있는 미신적인 생각들을 그리스도의 복음을 통해서 새로운 믿음과 소망으로 바꾸어 심어 주기 위해 애를 써야 할 것이다. 나아가 우리 자신의 삶을 통해서 좀더 과학적이고 지혜로운 삶을 보여줌으로써, 원주민들의 케케묵은 낡은 의식구조가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