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의 거지

      

브라질 사람들은 음식을 대접할 때 아주 푸짐하게 주고 많이 먹으라고 몇 번씩이나 권하는 것이 꼭 정 많은 한국 사람들 같다. 음식도 우리 입에 꼭 잘 맞는다. 특히 소고기의 질이 좋아 그 맛은 과히 으뜸이라고 할 수 있다. 슈하스카리아(Chuchascaria)라는 소고기 전문 음식점이 유명하다.

또한 브라질에서 빼놓을 수 없는 브라질 고유의 음식으로 훼지아다(Fejioda)라는 것이 있다. 상파울루에서 이중열 집사의 호의로 하루 저녁을 즐겼다. 훼지아다는 간단히 말해 돼지고기 요리인데, 정작 고기는 없다.

식당 중앙에 있는 크고 긴 식탁에 여남은 개의 항아리가 가지런히 놓여져 있다. 그 안에 음식이 담겨져 있고 부페식으로 각자 접시에 음식을 담아 오게 되어 있다. 첫 항아리에는 돼지 귀, 둘째 항아리에는 돼지 코, 셋째는 돼지 혀, 내장, 돼지 다리 등이 차례대로 쭉 늘어져 있고 제일 마지막 항아리에 돼지 꼬리가 들어 있다.

이 음식은 옛날 흑인 노예들이 먹던 음식인데 노예 제도가 폐지된 후에 백인들이 호기심으로 이 음식을 맛보고는 괜찮다고 여겨 백인들도 먹게 되고 드디어 음식점까지 등장하게 된 것이다. 지금은 브라질의 유명한 전통 음식이 되었다.

 

론드리나는 날씨가 덥고 청명해서 길가에 야외 식당이 잘 발달 되어 있다. 한국은 겨울은 춥고 여름에는 비가 자주 와서 그런지 밖에서 식사하는 풍습이 별로 없고 또 날씨가 맑아도 얼굴이 햇빛에 검게 그을리는 것을 꺼려서인지 야외 식당을 즐기지 않는 듯하다. 그러나 브라질 사람들은 밖에서 식사하는 것을 매우 즐겨 한다.

어느 날 아내와 함께 론드리나 시내 길가 야외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저녁을 먹기에는 아직 이른 시간이라 식당에 손님이 그리 많지 않고 여기저기 빈 식탁들이 여럿 눈에 띈다. 그런데 어느새 식당으로 10살 남짓한 남루한 옷차림의 거지 아이가 슬그머니 들어오더니 잠시 망설인 끝에 빈 식탁으로 가 조용히 앉는다. 배가 고플 터인데 손님이 먹고 있는 것을 물끄러미 쳐다만 볼 뿐 구걸하거나 귀찮게 하지 않는다. 한참을 그러고 앉아 있더니 무료한지 다시 자리를 옮겨 다른 빈 식탁으로 간다. 거지치고는 아주 조용하고 신사적이다.

거지 아이의 움직임을 물끄러미 지켜 보고 있던 나는 차츰 신기한 생각이 들었다. 거지가 너무 얌전한 것도 이상했지만 식당 안에 있는 손님들이 아무도 그 아이에게 “저리 가라”, “거기 앉으면 안 된다”고 말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음식점 주인이라도 거지 아이를 내쫓을 법도 한데 주인도 그 아이를 개의치 않는 눈치이다. 아마도 이런 일이 이곳에서는 하루 이틀이 아닌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일인 것처럼, 그리고 차츰 나는 식당 주인과 손님들의 거지 아이를 대하는 태도가 참으로 신기하다는 생각을 지나 이들의 모습이 마치 한 폭의 그림을 보는 것처럼 아름답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풍부한 인간미와 깊은 인정이 듬뿍 담긴 그런 그림 말이다.

나는 거지 예찬론자는 아니다. 그러나 인간을 옷차림과 학식, 돈 등으로 구별하려는 각박한 이 시대에 브라질에서 목격한 거지와 식당의 모습이 참으로 훈훈하게 느껴져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내 마음에서 지워지지 않는 아름다운 추억으로 자리 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