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속에서 받은 새 힘 

    

94년 1월 15일 서울의 MTI 선교 훈련원에서 강의를 마치고 바로 서울에서 방글라데시로 출발하게 되었다. 정월이라지만 곧 무더운 나라 방글라데시로 떠나야 했기 때문에 짐이 많아질까 염려가 되어 충분한 의복을 준비하지 못했다. 선교사 후보생들이 어찌나 열심인지 나도 얇은 홑겹의 옷을 걸치고는 추운 줄도 모르고 온 정력을 기울여 강의를 했는데 일주일의 강의가 막 끝나고 방글라데시로 떠나는 날 마침 덜컥 감기 몸살이 걸려 버린 것이다.

그렇다고 일정을 늦출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방글라데시에서 기다리는 사람들과 정해진 일, 그곳의 일을 마친 후에는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 병원 근무를 계속해야 하는 빡빡한 일정 때문이다.


 

서울 김포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방콕에 도착해 방글라데시로 가는 비행기를 기다리는데 몸이 말씀이 아니다. 고열로 몸이 사시나무 떨듯 떨려 오고 온 몸이 뾰족한 꼬챙이로 찌르는 듯 여기저기가 쑤신다. 이런 몸으로 앞으로 2주일간을 어떻게 지낼 것인지 사뭇 걱정이 앞선다.

몸이 불편하면 정신도 건강하지 못하다. 이럴 때 가장 필요한 것은 기도인데 어쩐지 기도할 힘도 의욕도 자꾸만 없어진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 생각하고 기운을 차려 성경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 올해 영어 성경 한 권을 끝까지 읽기로 마음먹고 레위기를 읽고 있던 참이었다. 레위기를 펼쳐 놓고 읽으면서 성경을 읽는 가운데 성령님께서 도우시사 정신도 맑아지고 몸도 깨끗하게 나아지기를 간절히 소원했다.

그런데 참으로 간절히 바라는 일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딱딱하고 무미 건조한 레위기가 눈에 건성으로 들어왔다 나갔다 할 뿐이다. 다카(Dacca)행 비행기가 출발한다는 방송을 듣고 탑승을 하기 위해 개찰구 앞에 줄을 섰다. 대부분이 방글라데시 사람이고 그 중 백인이 대여섯 명 눈에 띈다. 기운이 없어 두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줄에 끼어 서 있는데 대여섯 명의 백인 중 아주 젊고 잘 생긴 미국 청년이 내 등 뒤로 다가오며 “당신이 아까 읽고 있던 책이 성경책이 아니냐?”고 묻는다. 어떻게 알았느냐고 되물으니 멀리서 보아도 성경책인 것 같더라고 한다. 우리는 간단히 수인사를 나눈 후 자기 소개를 했다.

그는 선교 계통의 기관에서 일하는 사람으로 현지 촬영차 방글라데시로 가는 길이라고 설명을 한다. 우리는 서로 사역을 잘 마치고 돌아가기를 바란다는 인사를 나누고 비행기에 탑승했다.


 

비행기는 양쪽 편에 좌석이 두 개씩 배치된 소형 비행기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조금 전 비행기 밖에서 이야기를 주고받았던 그 훤칠한 미국 청년이 바로 내 옆자리에 앉아 있는 것이 아닌가? 우리는 다시 반가운 인사를 나눈 후 선교에 관한 이야기를 몇 마디 더 주고받았다. 그러던 중 내가 몸살이 나서 기진맥진해 있다고 했더니 그가 즉시 기도를 하자고 한다.

유난히 시끄러운 비행기 엔진 소리가 아니었다면 탑승객 모두가 들었음직한 큰 목소리로 나를 위해 열심히 기도하는 그의 목소리가 오랫동안 나의 귓가에 가까이 들려 왔다. 그런데 청년의 기도 소리와 함께 점점 내 몸 안으로 전기가 흘러 들어오는 것 같은 이상한 느낌이 들면서 차츰 기운이 회복되는 것이 아닌가?

마침내 기도가 끝날 즈음에는 나는 완전히 딴 사람이 되어 있었다. 몸과 마음과 정신이 완전히 치유된 것이다. 머리가 아픈 것과 몸이 쑤시던 것이 없어지고 무엇보다도 영혼이 맑아지고 영적인 힘이 충만해졌다. 나는 살아 계신 하나님을 방글라데시로 가는 비행기 속에서 다시 만나 뵌 것이다. 주님 감사합니다, 주님 감사합니다 그 말만을 되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