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바이처 박사를 재 발견한다    

    

의료와 선교 활동에 있어 슈바이처 박사만큼 뚜렷한 영향을 끼친 사람은 드물다. 의사로서 아프리카에 가서 바친 그의 희생적인 삶은 많은 의학도들에게 숭고한 이념을 심어 주었으며, 생명을 지극히 사랑한 그는 공로로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그런가 하면 그의 극단의 자유주의 신학은 신학자들과 선교학자들의 논쟁이 되기도 했다.


 

그의 생애 가운데 특기할 만한 일이 수없이 많지만 몇 가지만 간추려 보면 다음과 같다.

 

1875년 1월 14일 독일과 프랑스 국경에 위치항 알사세에서 출생

 

24세 철학박사

25세 목사안수

26세 세인트 토마스 신학교 교수

28세 세인트 토마스 신학교 학장

30세 아프리카 선교사로 가기로 결정하고 의과 대학 입학

37세 유대인 헬렌 보레스로 와 결혼

38세 의과대학 졸업

38세 아프리카 의료 선교사로 출발

78세 노벨 평화상 수상

80세 명예 법학 박사 취득

90세 람베레네 병원 뜰에 안장

 

슈바이처는 철학 박사이며 신학 박사, 의사 이외에도 탁월한 음악가로 그의 오르간 연주 솜씨는 세계적인 수준이었다. 그는 또한 철학과 신학, 음악 등에 관한 다양한 저서를 남겨 그의 박학 다식한 실력을 여실히 나타냈다. 보통 사람으로는 그가 이룩한

 

여러 가지 업적 중 하나만 가지고도 일생을 걸려 이루어 내기가 힘든 그런 훌륭한 수준의 업적들인 것이다.

그런데 나는 얼마전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과 존경을 받는 슈바이처 박사에 관한 악평을 적은 책들을 접하고 아연(啞然)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중 대표적인 책이 제랄드 맥나이트(Gerald McKnight)가 쓴 슈바이처의 판결(Verdict on Schweitzer)이라는 책이다.

이 책에서 지적하는 비판의 초점은 슈바이처가 이룩해 놓은 것이 과연 무엇이냐 하는 것이다. 의료 선교사로서 세계적인 명성과 존경을 받은 그가 실상 이렇다 할 업적을 평가할 만큼 뚜렷한 발자취를 남기지 못했다는 것이다.

선교지에서 그가 만든 병원은 현대 시설을 전혀 갖추지 못했으며, 공중 보건이나 예방 의학에 관해 이룩한 업적도 없고, 의료 교육을 통한 후배 양성도 하지 않았다는 비판이다. 이러한 비판은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의과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아프리카로 떠나서 50여 년을 줄곧 아프리카 땅에 묻혀 지냈으니, 실상 그의 의사로서의 학문적인 업적이나 기술은 현대 의학의 눈으로 볼 때는 보잘것없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슈바이처 박사가 현대화를 거절한 것은 그의 무지나 무성의 때문이 아니라 그 나름대로의 신념과 철학 때문이었다. 유명한 모터 보트 일화가 있다.

슈바이처 박사가 원주민 집을 방문하기 위해 아프리카 오고웨 강을 따라 마을로 내려갈 때면 흑인들이 노를 저어 움직이는, 물살에 심하게 기우뚱거리는 고물 카누를 타고 다녔다. 그런데 할 일이 태산 같은 슈바이처에게 카누는 너무 시간이 오래 걸렸다. 이것을 보기가 딱했던 슈바이처의 절친한 친구들이 돈을 모아 박사에게 모터 보트를 사 주었다.

그러나 박사는 그것을 일언지하에 거절해 버렸다. 모터 보트를 타면 2시간에 갈 거리를 10분으로 단축할 수 있어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그 대신 2시간 동안 카누를 타고 가며 원주민들과 두런 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귀한 시간이 없어져 버리고 만다는 그의 주장이었다.

노인네의 왕고집임에는 틀림없지만, 슈바이처는 이처럼 현대화나 편리함보다는 그의 소박한 꿈을 소중히 여긴 것이다. 병원을 현대화하거나, 보건 행정을 잘 만들어 보겠다거나, 의과 대학을 만들어 제자를 양성하겠다는 거창한 계획보다는, 자신의 신념, 곧 아프리카의 작은 마을 마을에 그의 사랑을 전하고 싶은 그만의 아주 소박한 꿈을 품었던 것이다.

우리는 슈바이처 박사의 작은 꿈을 비난할 수 없다. 어떤 사람은 방대한 꿈과 계획을 갖고 살아가지만 또한 어떤 이들은 아주 작은 꿈을 갖고 그것에 충실하려 애를 쓰는 것이다. 슈바이처는 단지 후자를 택한 것뿐인 것이다.


 

물질에 대한 욕망이 날로 커지고 교회마저도 좀더 큰 교회, 좀 더 풍부한 예산, 눈에 띄는 성과를 동경하는 이때에 지극히 작고 조촐한 꿈을 가지고 그것을 실천해 보려고 했던, 어찌 보면 다소 괴팍하고 편협스러운 슈바이처 박사의 모습에서, 작은 일에 충성함으로써 큰 사람이 된 신앙인의 한 모습을 본다. 그를 생각하면 마태복음 25장의 말씀이 떠오른다.

?그 주인이 이르되 잘하였도다 착하고 충성된 종아

네가 작은 일에 충성하였으매 내가 많은 것으로 네게

맡기리니 네 주인의 즐거움에 참예할지어다?(마 2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