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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은 그리 흔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늘 미간을 찌푸린 인상파로 툴툴 불평을 늘어놓는 것보다는 콧노래라도 흥얼거리는 쪽이
보기에 더 좋을 것이다.
한국 사람들은 점잖은 것을 미덕으로 여긴다. 내가 어렸을 때는 얼굴 표정이 심각한 사람을 보면 어딘가 모르게 유식해 보이고 존경심이 생기는가
하면, 늘 싱글벙글 웃고 다니는 사람은 속빈 강정만 같아 시시한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하등 근거가 없다는 것을 나이가 들면서 점차
깨닫게 되었다.
하기야 한국에도 소문만복래(笑門萬福來)라는 옛말이 있다. 웃는 집에 복이 온다고 하여, 밝게 웃는 것을 아름다운 일로 생각했는데, 어쩐 일인지
내가 자랄 때는 웃는 것은 실없는 사람이요, 오히려 침울한 것을 점잖다고 생각하곤 했던 것이다.
영국 사람들은 유머를 모르면 시시하고 지루한 사람으로 취급을 받는다. 미국 사람들도 농담을 좋아해서 때로는 너저분한 음담 패설류의 농담을 잘
던지곤 한다. 스트레스가 심한 병원 수술실에서는 더 진한 농담으로 긴장을 푼다.
그런 동료들과 어울리다 보면 나도 그럴 듯한 멋있는 유머로 인기(?)를 얻고 싶은 욕심이 생기는데 잘 되지가 않는다. 우선 그들이 흥미 있어
하는 일에 동참을 해야 할 터인데, 대부분의 동료들이 좋아하는 것은 농구와 풋볼 그리고 골프 등의 스포츠이다. 나는 이런 것에 별반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그래서 곰곰이 생각해 낸 끝에 어느 날 드디어 나만의 비법을 찾아냈다. 다름 아닌 미소 띄우기와 노래 부르기이다. 우선 아침 출근 시간에
자동차의 거울 백 미러를 쳐다보며 힐쭉힐쭉 웃는 연습을 시작했다. 새벽녘에 아직 베개 자국에 뭉개어져 채 펴지지 않는 엄숙한(?) 얼굴 위로
미소를 지어내는 표정이란 과히 꼴불견이라고 할 수 있다. 혼자서 웃는 연습을 하다가 힐쭉거리는 내 모습에 그만 폭소를 터뜨리곤 한다. 옆의
자동차에서 이런 나를 본다면 아마 정신이 조금 이상한 사람이 아닌가 생각할 일이다.
그런데 억지로나마 웃는 연습을 계속하다 보니 차츰 웃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마침내 병원 직원들은 나를 가리켜 잘 웃는 사람, 명랑한 사람, 늘
행복한 사람으로 인정을 해주는 것이다. 이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절대로 손해를 보는 일이 아니다. 웃음은 직장 분위기를 상쾌하게 해주고, 대인
관계를 원만하게 만들어 주는 비결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노래 부르기가 있다. 항상 히죽히죽 웃고 다니는 것이 좀 쑥스러워서 쉬는 시간이면 작은 목소리로 흥얼흥얼 노래 부르기를
시작했다. 이따금씩 교회나 결혼식장, 장례식에서 노래를 부르곤 하는 나는 가사 외우기에도 안성 맞춤이었다.
그렇다고 가사를 외우는 것이, 노래 연습하는 것이 주 목적은 아니다. 나 자신이 명랑해지기를 원해서,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내가 행복한 사람으로
보여지기를 원했으며, 이왕이면 나로 인해 주위가 환하고 밝게 변화하는 것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또한 직장의 동료들로부터 사랑과 존경을 받고 싶었다. 그러자면 열심히 일을 하는 것과 명랑한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좋은데 노래를 불러서 톡톡히
한몫을 본 것이다.
애초에 그것을 원했던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단기 선교를 다니는 것도 동료들로부터 사랑과 존경을 얻는 데 약간의 도움을 주었다. 돈과 사치를
쫓으며 자기 만족을 위해 사는 현세대에서 다소의 희생이 사랑을 받게 된 것이다.
또한 나는 아침 출근을 다른 동료들보다
5분
일찍 나가기로 마음먹었다. 남의 나라에 와서 살고 있는 이민자로서 미국 동료들과 똑같이 일하고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것은 약간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똑같은 대우를 받기 위해서는 다른 동료들보다 조금 더 노력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인종 차별이나 차별 대우는 어느 곳에나 다 있는 법이다. 미국 사람들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고 미국에 사는 한국 사람에게도, 그리고 한국에도
있다. 오히려 한국 사람들이 미국 사람들보다 인종 차별을 더 한다는 말도 듣곤 한다. 왜 사람을 차별하느냐고 항의를 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차별을 받지 않도록 노력을 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
나는 환자를 대할 때에도 더러 콧노래를 부르곤 해서 병원에서는 ?노래하는 의사?로 통한다.
미소와 노래, 이것은 직장 생활을 좀더 잘 꾸려 나가기 위해, 그리고 동료들로부터 좀더 진실한 존경과 사랑을 받기 위해 곰곰이 생각해 찾아낸
참으로 효과 있는 나만의 처방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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