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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레키파 시내
에 빠짜꾸떽(Pachacutec)이라는
교회가 있다. 원주민 마리오 목사님과 한국에서 파송된 김복향 선교사가 이 교회를 인도하고 있다. 설교는 마리오 목사님이 하고 김 선교사는 매일
아침에 배고픈 아이들에게 아침 식사를 배급해 주는 일로 시작해 교회의 대소사를 뒷바라지하고 있다.
페루 교회는 찬양이 아주 중요한 몫을 한다. 찬양이 예배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찬양을 잘 이끌어 가는 교회가 부흥을 한다. 그러므로
찬양을 북돋우어 주는 기타와 키보드 등의 음향 장치가 교회 부흥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우리가 빠짜꾸떽 교회를 방문하고 있던 중에 마침 이 교회에서 키보드를 치고 있던 청년이 병이 나 다 죽게 되었다고 나에게 환자를 보아
달라고 한다. 나는 덜컥 겁이 났다. 방사선과 의사인 나는 임상 경험이 적은 데다가 검사 기구도 없고, 갖고 간 약품도 종류가 몇 가지밖에 안
되었기 때문이다.
20대의
청년이 어머니의 부축을 받으며 교회 한쪽 구석에 마련된 진료실로 들어섰다.
심한 설사가 닷새나 계속된 데다 먹지를 못해서 심각한 탈수 상태에 빠져 있었다. 장질부사나 콜레라가 아니면 이질 중의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환자는 탈수증으로 눈이 쑥 기어 들어가고 피부에 탄력이 없이 기진맥진 겁에 질려 있다. 이곳에서는 장질부사나 콜레라에 걸리면 사망률이 아주
높다.
그러나 이 같은 전염병은 입으로 들어가는 것만 조심하면 괜찮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별다른 걱정 없이 환자를 여기저기 진찰을 하는데, 옆에서 지켜
보는 사람들은 내가 혹시나 감염이 되지 않을까 몹시 걱정을 하는 눈치다.
우선 포도당 주사를 놔 주어야 할 터인데 기구가 없다. 이 청년이 토하지 않고 물을 마실 수만 있으면 살릴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입
안으로 한 모금 조심스럽게 물을 떠 넣었더니 다행히 토하지 않고 삼킨다. 계속해서 물에 소금과 설탕을 타서 마시게 했다. 항생제와 소화제,
타이레놀, 비타민까지 주었다. 마지막으로 가지고 있던 캔디와 초콜릿을 먹게 하고 손을 꼭 부여잡고 기도를 하며 틀림없이 곧 나을 것이라고 소망과
확신을 주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얼굴에 생기가 돌기 시작한다. 이틀 후에는 완전히 치유가 되어 교인들이 부축해 주겠다는 것도 거절하고 키보드를 두드리며
예배에 참석해 교우들을 기쁘게 했다.
또 하루는 온 몸에 심한 부스럼증이 생긴 중년 여인이 진료소를 찾아왔다. 몸 구석구석이 시뻘겋게 부어 있고 이곳 저곳에 진물이 흐르고 있다.
3개월
전부터 이런 증상이 나타나 동네 의사에게 찾아갔으나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고 한다.
다시 난처해졌다. 나는 피부과 전문의도 아닌 데다가 이런 피부병은 처음 보는 것이라 도무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대책이 서질 않았다. 혹 무슨
병인지 알았다고 할지라도 갖고 간 약이라고는 잘 알려진 타이레놀 등이니 소용이 없기는 마찬가지였으리라.
잠시 생각 끝에 나는 하는 수 없이 다시 항생제와 소화제, 타이레놀, 비타민을 차례대로 주었다. 소화제와 비타민이 심각한 피부병에 무슨 소용이
있을까마는 준비한 약이 그것뿐이니 어떤 환자가 와도 똑같은 약을 처방할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마침 항생제 크림이 있어 온 몸에 발라 주면서 “내가 고칠 수 있는 병은 못 되는 것 같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역사하시면 지금 발라 주는 이
약이 효험을 나타내 낫게 될 줄로 믿는다”라고 말해 주었다. 희망을 넣어 주기는 했지만 워낙 심한 피부병이라 나으리라는 기대는 하지 못했다.
그 후 우리 일행은 아레키파에서 비라꼬 마을로 떠났는데, 사흘 후 다시 돌아와 보니 놀랍게도 그 환자가 깨끗이 피부병이 나았다는 것이 아닌가?
그래 온 가족과 친척들까지 모두 교회에 나가 하나님께 영광과 감사를 돌렸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참으로 가슴 벅찬 감격이 다시 나의 마음에 강하게 전해져 온다. 하나님이 함께하심을 느끼었다.
어떤 사람들은 이 두 환자가 나은 것이 평생 항생제를 써 본 일이 없는 그들에게 약의 효력이 크게 나타난 것이라고 말할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설사 그렇다고 치더라도, 나는 항생제를 사람의 힘으로 만든 것 같아도, 실상 그 신비한 약의 비밀은 하나님이 우리에게 일러 주신 지혜이며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약물이거나 수술이거나 기도이건 간에 진료는 우리가 할지라도, 치료는 하나님께서 하셨음을 굳게 믿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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