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유와 현대 의학      

 

    

신유란 무엇인가? 베이커의 신학 사전은 신유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신유(Faith-Healing)란 일반 의학적인 치료와는 달리 특별한 영적인 은사(고전 12:28)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치료를 말한다. 이러한 종류의 성경적 이적들은 하나님의 직접적인 행위를 통해서 병자와 신앙(믿음)에 대한 응답으로(마 9:22, 29), 혹은 그를 대신한 다른 사람의 믿음에 대한 응답으로써(마 9:2; 막 9:24; 요 4:50) 주어진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이러한 생각은 거의 모든 신학자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전통적인 견해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고 방식은 약간의 위험을 내포한다. 신유에 있어 영적인 은사를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신유와 현대 의학을 완전히 따로 취급하게 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기도는 기도이고 악은 악이라는 이원론을 만들어 내게 되고 신유와 현대 의학은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처럼 생각하게 되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나는 의사로서 의학적인 치료를 하는 사람이지만 이러한 현대 의학도 하나님의 치유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 믿는다. 실상 약을 먹거나 수술을 받아 앓던 몸이 치유되는 과정 자체가 신비한 하나님의 치유이다. 그러므로 현대 의학의 치유에 있어서도 의학과 함께 우리의 몸과 영혼을 만들어 내신 하나님의 신비스런 능력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마음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하나님의 치유가 강조되지 못하면, 의학이 점점 더 발달해 더 많은 병들이 의약으로 치료되면 될수록 하나님의 치유의 필요성은 점점 약화되고 병 고침을 위해서 하나님께 기도할 필요를 느끼지 않게 될 것이다.

 

좁은 의미의 신유만 지나치게 강조하면 또한 우스운 현상이 벌어지게 된다. 가령 어떤 사람이 병이 났을 때, 병원에 가지 않고 안수 기도로 고치겠다고 한다면 모두 믿음이 좋은 사람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런데 이 사람이 안수 기도로 고침을 받지 못했다고 하자. 그래서 이 사람은 하는 수 없이 병원에 가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예수님이 고치지 못하셨으니까, 이제는 병원에 간다고 하는 웃지 못할 난센스가 일어나게 되고, 신유보다 현대 의학이 더 궁극적인 소망이 되는 망측한 결론을 내포하게 된다.

물론 신유와 현대 의학은 겉으로 보기에 많은 차이가 있다. 전자는 기도를 통한 치유이고 후자는 약물과 수술을 통한 치유이다. 그러나 이 두 가지의 서로 다른 치유가 모두 하나님이 함께하셔야 비로소 치유가 이루어진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는 생각이다.

나는 좁은 의미의 신유를 믿는다. 그리고 이러한 신유가 더 많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또 한편으로는 현대 의학도 하나님의 치유, 곧 신유의 한 방법인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기를 바란다. 아스피린이나 페니실린을 먹으면서도 하나님께 기도하는 간구가 함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치유의 목적은 물론 아픔에서 놓여 나는 것이지만 육체적 아픔이 치유됨과 동시에 영적으로 하나님에 대한 감사의 찬송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것이 곧 전적 혹은 전인적 치유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