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미국에 와서 사는 한국사람이면 누구나 한번씩 겪는 일 중에 하나는 고향을 떠나는 일이다. 내게는 두 번 고향을 떠나는 일이 있었다. 첫번째는 미국에 올 때이다. 나는 서울에서 자라서 서울로 시집을 갔기 때문에 고향을 떠난다는 것은 아무 의미도 모르고 지냈다. 28살 되던 해에 남편과 함께 미국에 올 때에 미국에 간다는 희망과 기쁨도 있었지만 역시 고향을 떠나는 아쉬움이 있었다. 37년 전 내가 한국을 떠날 때만 해도 지금과는 달리 언제 다시 고향에 돌아 갈 것인지 막연했기 때문에 더욱 고향을 떠나는 감정에 슬픔과 아쉬움이 많아 눈물을 흘렸다.
두 번째 고향을 떠난 곳은 34년을 살고 떠나온 Cherry Hill 뉴져지다. 체리힐에서의 내 생활이 한국에서 산 것보다 더 길었으니 떠날 때에 어찌 무감각하게 떠날 수 가 있었겠으랴. 체리힐은 내 잔 뼈가 굵어진 곳이다. 미국에서 처음으로 집을 사고 아이들을 기르고 신앙생활을 잘 하려고 노력한 곳이 모두 체리힐이다. 교회 식구들과 어울려기쁨과 즐거움과 슬픔을 같이 나눈 곳도 체리힐이다. 체리힐! 이름만 불러 봐도 눈물이 글썽해진다. 봄이 되면 벗 꽃 행사로 바빠지고 학교 학생들은 band 와 cheer leader 들이 앞장을 서서 씩씩하게 행진 하던 모습이 어제 같이 흘러 갔다.
신앙적으로 나는 항상 체리힐 교구 식구들에게 빗진 사람이다. 서로 사랑하고 서로 돕고 성경공부도 열심을 하고 놀기도 열심히 하던 나의 고향! “뉴져지” 라는 특별 구역이라 성도간에 더 똘똘 뭉쳐져서 교회에서 만나도 눈빛으로 사랑을 나누던 식구들! 한사람 한사람 그들의 눈 빛을 생각하며 이삿짐을 꾸렸다.
처음에는 작은 식구들이 모여 오손 도손 성경공부를 하다가 교회 없이 예배 보던 시절이라 식구대로 헌금을 거두어 저축하던 일, 식구가 많아져서 방마다 나누어 기도를 하고, 더 식구가 늘어 소 구역으로 나누어 나눔의 시간을 갖는 등 시시 때때로 좋은 것을 위하여 변화했던 교구 식구들이다. 참으로 뉴져지 교구 식구들은 열심을 가진 성도들이었다.
1984년 저의 남편 전희근 장로가 처음으로 인도네시아에 단기선교를 다녀 올 때 NJ 식구들이 모두 열심히 기도를 해 주시던 일과 성경공부 할 때 마다 상다리가 부러지도록 각 집에서 음식을 정성스럽게 만들어 와서 푸짐하게 나누어 먹던 일들, 성경공부가 끝난 후 서로 회포를 나누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 하다가 내일 직장을 위해 가서 자라고 등을 밀어 보내던 일, 여름에 소풍 가서 연극을 하던 일과 과일을 따러 가던 일, 여성들이 낮에 모여 창세기부터 계시록을 공부하여 끝마쳤던 일이 주마등처럼 내 머리에 떠 오른다. 이런 일들을 내가 어찌 잊으랴.
강 건너 사는 뉴져지 교구를 생각할 때 마다 시편 16:6절이 생각 난다. “내게 줄로 재어준 구역은 아름다운 곳에 있음이여 나의 기업이 실로 아름답도다” 하나님께서 특별히 뉴져지 교구 식구들에게 주시는 말씀으로 생각하고 즐겨 묵상하고 하나님께 감사하며 복 받기를 간구 했었다. 교회 생활을 하면서 때로 걱정되는 일이나 마음에 요동 되는 일이 있을 때 마다 “내가 여호와를 내 앞에 모심이여 그가 내 우편에 계시므로 내가 요동치 아니하리로다” 하며 격려했던 일들도 기억이 난다.
우리 이삿짐을 실은 추럭이 내 뒤를 따라오는데 타코니 다리를 건너려 하니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져서 앞이 안 보였다. 새벽기도를 오려고 타코니 다리를 건너려면 동쪽에서 솟아 오르는 해를 향하여 미소를 지었고 주일 저녁때에 집에 가려면 즐비하게 떠 있는 하얀 돗단 배를 보면서 아름다운 풍경에 새삼 놀란 적이 몇 번 이었던가, 강물이 불어지면 어느 곳에 비가 많이 왔구나, 강물이 건너질러 얼음이 얼면 올 겨울은 매우 춥구나 계절 따라 낭만에 잠기는 다리! 참으로 나의 마음을 부드럽게 하던 이 다리가 고향을 떠나는 나를 붙드는 것 같다.
내가 얼마나 뉴져지를 사랑 했던지 그곳을 떠나 온지 1년이 되도록 틈만 나면 핑계를 대고 타코니 다리를 건너 NJ로 간다. 애타게 보고싶고 찾아가 방문도 하고 싶지만 떠나간 사람, 떠나온 사람 모두 홀로 서는 연습을 하기로 했다. 왜 뛰어 가고 싶지 않으랴! 그러나 보고싶어도 참는 법을 습득하기로 했다. 가지 아니한다 해도 주님 안에서 맺어진 사랑의 줄이 영원히 같이 할 것을 나는 믿는다. 뉴져지 교구는 나의 생애에 영원히 아름다운 색 갈로 새겨져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