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델피아 연합교회 초창기의 여인들                      전영애 권사  

1968년 9월 15일 우리 교회가 창립 되었을 때 필라델피아에는 교포가 약 500명 가량이었다. 거의 대부분이 유학생이거나 Exchange Visa를 가진 교포들이고 영주권을 가진 사람은 극히 적었다.  모두들 조그만 아파트에서 옹기 종기 모여 살았었는데 비록 부유하지는 못했어도 교회를 중심으로 자주 만나 정을 나누었다. 주일 예배 후에는 교회에서 매주 점심을 해 먹고 이따금 씩은 공원에 picnic을 나갔던 기억이 난다. 지금도 그렇지만 우리 교회는 초창기부터 여성들이 남성들 못지않게 일들을 많이 했었다.

연합교회가 필라델피아 시내 37가 Chestnut에 있었던 관계로 인근 대학의 대학생들이 교회에 나오기가 쉬워서 성도의 대부분이 학생들이었다. 많은 여성들이 열심히들 봉사 했는데 그 가운데 Alice Kim 장로님과 구영환 목사님 사모님 두 분이 특별히 기억된다.

Alice Kim 장로님은 여전도회 초대 회장을 맡고 교회 건축을 위하여 바자회를 2회에 걸쳐서 모금을 하고 교회 살림을 직접 맡아서 하신 분이시다. 일찍 미국에 오셔서 젊어서 부터 남을 도우시고 80이 넘은 연세에도 남을 도우면서 살았던 존경스런 분이었다.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않고 남을 위해서 봉사하시려 태여 난 분 같았다. 우리들은 Alice Kim장로님으로부터 봉사하는 미덕을 배웠다.

둘째로는 구영환 목사님 사모님이시다.

구영환 목사님 사모님은 미모가 뛰어나고 상냥한 음성과 친절한 성격이 많은 사람으로 하여금 호감을 갖게 하였다. 부지런하고 남편을 잘 보필한 아내이시기도 하다. 교인 50여명으로 시작한 교회인 만큼 재정도 적어서 독립을 못하고 미국 교회를 빌려 쓰던 처지이니 아파트 한 채도 얻어드리지 못하여 교회 건물 3층에 침실 하나와 응접실로 이용하는 방 한 개 그리고 반쪽 밖에 안 되는 부엌에서 4식구가 살고 있었으니 지금 생각하면 사모님께 죄송스런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교회 사택에서 사시니까 대학생들이 시시 때때로 무작정 목사님 방으로 뛰어 올라갔다. 왜냐하면 사모님께서는 없는 살림 중에도 학생들이 오면 항상 라면을 끓여 먹이셨고 외로운 학생에게 위로를 주셨기 때문이다.

Penn 대학을 거쳐 지금은 한국과 미국에서 성공해서 활동하는 많은 사람들이 사모님을 기억한다고 한다.  맛 있는 좋은 요리를 먹어서가 아니다. 비록 라면 한 그릇이었지만 거기에는 정성과 사랑이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아니 값 비싼 불고기나 갈비 보다도 오히려 값 싼 라면이었기에 더 다정하게 기억이 되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학생은 아니었지만 자주 더운 여름 Air-con도 없는 뜨거운 3층 방에서 라면을 같이 끓여 먹던 생각이 애틋하게 생각난다.

또한 사모님의 애교 있는 미소와 정이 담긴 상냥한 음성을 잊을 수 없다. 궁색한 살림에 아이들을 키우고 또 아버님님 까지 모시고 사셨으니 짜증 나는 일도 많이 있었을 것 같은데 사모님은 항상 명랑한 미소를 잃지 않으셨다. 얼굴도 어여쁘게 생기셨으니 천사와 같았다고 하면 조금은 과찬이 되겠지.  나도 이 다음에 내가 구영환 목사 사모님을 기억 하듯이 나를 기억해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을 해 본다.

아아! 그것이 벌써 37년 전 이야기다. 옛날 이야기를 생각 하니 나도 이제는 나이를 먹었나 보다.  그러나 때로 아름다운 옛 이야기를 회상 해 보는 것은 유익한 일이다. 라면 한 그릇에도 웃음이 있었고 기쁘고 즐겁게 먹으며 행복 했었다. 우리는 모두 부유하지는 못했고 없는 것이 많았지만 부족한 줄을 모르고 행복하게 살았었다. 매주 주보를 직접 손으로 쓰고 잉크로 인쇄해서 쓰면서도 웃고 지냈으니 어찌 감사한 일이 아니겠는가.

Alice Kim장로님과 구영환 목사님 사모님께서 우리 교회가 가장 필요한 시기에 구진 일을 돌아 보며 말 없이 봉사하고 정성을 다하여 학생들을 보살피며 좋은 모범이 되셨던 것을  다시 한번 감사 한다.

이제는 하늘 나라에 가신 Alice Kim 장로님께서 이 글을 읽으시면 동감을 하시며 빙그레 웃으실 것이다. 어여쁘셨던 사모님도 이제는 얼굴에 주름도 생기셨으리라. 그러나 나이를 드셔도 얼굴에 미소를 잃지 않고 상냥한 음성으로 사람들에게 위로와 기쁨을 주시는 사모님을 그려 본다.  

늙어도 결실하며 진액이 풍족하고 빛이 청청하여 여호와의 정직하심을 나타내리로다.

92:14,15